희망은 핀란드에 있지 않더라(연수 소감문) 핀란드 스웨덴 학교탐방

                               희망은 핀란드에 있지 않더라

                                                                                                                                               -전남중학교 김재옥


여행이든 연수든 낯선 것과의 만남이라는 점에선 같다. 무언가 새로운 것을 배우러 떠나는 국외 연수는 낯설음에 대면하는 것이 목적인 이상, 낯설음은 더 이상 낯선 게 아니다. 사실, 낯설다고 하기엔 우린 우리가 보고자 하는 핀란드 교육에 대해 4권의 책과 6편의 동영상 자료로 마음에서는 이미 익숙해져 있었다. 핀란드 선진교육정책 탐방 연수 출발 전에 북유럽 교육전문가인 안승문 교수를 초청해 강의도 듣고 인터넷에 카페를 개설하고 웹하드를 이용해 자료와 정보를 공유했으니 우리 마음은 이미 핀란드에 도착해 있었다. 그렇게 미리 공부를 하다보니 출발 전부터 100여개가 넘는 질문들이 숙제로 만들어졌고 결국 두툼한 질문지와 자료집을 손에 들고 우린 북유럽으로 떠났다.

 

‘우리는 함께 생각하고 함께 말하고 함께 본다’는 표어를 써놓은 옴니아 직업학교의 모습은 모두가 서로 배우고 발전하는 힘의 원천이라는 면에서 우리나라 교육현장에서는 현재 전국에서 새바람을 일으키는 혁신학교의 사상적 모델이 아닌가 싶었다. 물론 옴니아 직업학교에서 함께 연대하는 대상은 내 주변의 동료뿐만이 아니라 지역교육청과 지역의 기업체, 주민들까지를 포괄하는 개념이었다. 이것은 학교를 대외적으로 개방한다는 소극적 개념이 아니라 학교로 지역사회의 여러 교육적 자원을 끌어들이는 적극적인 사고의 발로였다.

경기도 용인 수지에서 교환학생으로 와있던 정누리 학생을 야르벤빠고등학교에서 우연히 만난 것도 큰 소득이었다. 말이 잘 통하고 한국적 감정으로 전해주는 교육현장은 우리가 공부해갔던 것을 뛰어넘는 낯선 경험이었다. “인문계 고등학교인데도 여기 학생들은 공부를 좋아하는데 절박하지 않아요.”라던 정누리 학생의 말은 몇 년째 입시교육을 맡아왔던 나에게 바늘처럼 박혔다. 그 아이가 신이나서 설명해주던 시험방식도 놀라웠다. 한 과목 시험시간이 3시간이 넘었다. 대신 하루에 한 과목만 치르는데 학생들의 스트레스가 전혀 없다고 했다. 내용은 쉽고 시험 시간이 넉넉할 뿐만 아니라 시험 전날 시험준비 수업을 따로 해주기 때문에 말 그대로 놀면서도 시험을 잘 볼 수 있다는 것이다. 그리고 가장 결정적인 것은 얼마나 많이 맞추었는가 보다 수업 동안에 얼마나 성실하게 참여하였는가가 평가의 관건이라는 점에서 어쩌면 우리나라 평가가 이상으로 여기던 바로 그 평가의 모습이 아닌가 싶었다.

이렇게 방문하는 학교마다 감동이 있었다. 핀란드와 스웨덴의 7개 학교를 탐방하고 얻은 그 무수한 정보들과 감정들을 손에 들고 간 한권의 공책에 가득 기록하였다. 사실, 출발 전부터 책과 영상으로 공부를 하면서 여전히 마음을 떠나지 않았던, ‘그 나라들이 잘났다고는 하는데 잘나봐야 얼마나 잘났겠어?’하는 식의 소심한 의심이 있었다. 하지만 그런 의심을 깨뜨린 것은 우리가 방문한 7개의 학교 어디서나 만났던 아이들의 환한 표정이다. 의심을 한 방에 날려버린 것은 그 교육을 받으면서 아이들이 행복해한다는 것이다.

 

우리는 귀국 직후 접한 2009 PISA 결과에 조금은 당황했다. 3년에 한번씩 치러지는 PISA(국제학업성취도검사) 결과에서 2006년 핀란드가 종합 1위, 한국이 종합 2위였는데 이번 2009년 결과에서는 한국이 오히려 종합 1위로 앞섰다는 것이다. 핀란드까지 굳이 연수를 다녀온 우리에겐 조금은 충격적인 소식이었다. 그런데 곰곰히 생각해보니 분명한 것은 우리나라의 교육현실이 바뀌지 않는 한 핀란드로 향하는 교육순례 행렬은 그치지 않을 것이며, 핀란드에서 우리나라로 교육순례의 행렬이 역류하지 않을 것이라는 점이다. 창의적으로 새로운 것을 만들어내는 시스템과 맹목적으로 많은 시간만을 투자하고 무한반복의 방식으로 밀어붙이는 교육방식은 비교 대상조차 될 수 없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핀란드교육이 우리교육의 희망이라 하지 않겠다. 그들로부터 배울 점이 있다는 것이지, 그들이 우리교육의 미래라 말할 수는 없기 때문이다. 완벽한 복지와 연동된 의무무상교육 시스템의 정립, 협동교육의 정착, 정치변동으로부터의 자유로운 교육환경, 시민들의 교육에 대한 신뢰 등 핀란드는 세계 공교육의 가장 모범적인 모델이다. 하지만 핀란드 교육에도 문제는 있다. 많은 이민자들의 문제와 청소년 범죄의 문제 등 핀란드 사회도 우리 사회와 마찬가지로 많은 교육적 문제점들을 안고 있다.

 

교육의 변화, 그 출발은 학교의 변화이다. 학교의 변화는 교실 수업의 변화와 교사의 변화로부터 시작할 수밖에 없다. 현실의 우리 교사들이 먼저 바뀌어야 학교가 바뀐다. 공책에 가득 기록했던 핀란드 선진교육 정책의 파편들이 학교를 바꿔보려는 아이디어에 상상력과 자신감을 불어넣어줄지언정 그것만으로 희망은 아니다. 정작 교육문제의 열쇠는 공책에 기록되지 않은, 함께 동행한 동료 선생님들이었다. 연수 내내 눈 활짝 귀 쫑긋 열고 학교의 변화를 나로부터 일구어보겠다는 신념에 찬, 그래서 당당하게 배우는 선생님들을 만났다. 희망을 찾아 떠난 사람들, 그들이 희망이더라. 바로 그분들이 새로운 학교를 만들어갈 씨앗임을 다녀온 다음에야 알았다. 그러나 탐방에 후회는 없다. 탐방이 없었던들 내 옆의 선생님이 희망임을 알았을까.


덧글

  • 해뜰녘 2012/03/19 06:48 # 삭제

    '희망'이라는 말을 가슴에 품고 살아갈 수 있는 것 자체가 삶에 커다란 원동력이 되지요. 값진 경험이 선생님들에게 잘 녹아들었으니 그 자체가 희망입니다.
    선생님 글을 읽으니 구석에 던져두었던 저의 희망도 다시 주워 잘 펴야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학생도 학부모도 새 학년이 시작되면 다른 것 다 제쳐두고 좋은(?)교사와 인연을 맺는 것이 가장 중요한 바램이 되는 현실. 교사들의 변화에 일희일비하게 되는 어쩔 수 없는 현실에 선생님들의 책임감이 얼마나 클까 싶습니다. 멀리보고 가야죠.^^ 힘나는 글 잘 읽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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